의사회 공식활동

의사회 공식 활동

2021년 의사회 성명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근로자건강센터 노동자의 불법파견 판결을 수용하고,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라!”

성명서
작성자
정연 홍
작성일
2021-09-24 15:41
조회
1456

 지난 92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노동자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불법파견 문제를 비롯하여 근로자건강센터의 운영문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고자 합니다. 

 지난 10여 년 간 근로자건강센터는 그 의미와 역할이 무색하게 장기적인 정책목표의 부재, 잦은 위탁기관의 교체, 일부 근로자건강센터의 운영 중단, 전문인력의 공급단절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근로자건강센터 전문인력들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없는 정책을 강요받고, 현장의 목소리와 의견이 무시된 목표를 할당받는 방식으로 일해 왔으며, 이로 인해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또한 근로자건강센터사업을 안전보건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과 노동자, 노무를 제공하는 자들을 위한 사업의 본연의 목적보다는 안전보건공단의 불법파견을 통하여 전문성과 효과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의사회에서는 지금의 기회를 발판으로 파편화되고 분절된 위탁기관을 관리하기 위해 소모된 역량들을 노동자 건강을 위한 근로자건강센터의 안정화와 정상화에 쏟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일하는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인 논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불법파견 소송결과에 대하여 즉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근로자건강센터의 운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사건의 파장이 우려되어 각 센터에 의견조회라는 이름으로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판결 결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건강센터의 고용 불안정성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 근로기준을 지켜야할 공공기관과 고용노동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번 불법판결 결과를 수용하여 근로자건강센터의 고용형태, 운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근로자건강센터와 함께 예방, 보상, 재활, 업무복귀에 이르는 직업건강서비스 전달체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입니다.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성명서 전문

 

2021.09.09.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근로자건강센터 노동자의 불법파견 판결을 수용하고,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라!”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이하 의사회’)는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과 노동자를 위한 보건분야 사업을 근로자건강센터에 민간위탁을 통해 수행하기로 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불법파견의 형식으로 하부기관처럼 일하도록 한 부분이 인정되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본 법원의 합리적인 판결을 환영한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대한민국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책임지기 위해 산재예방기금 8,000억 원을 비롯하여 약 1조 원 가량의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2019년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은 재해자의 76.6%, 사망자의 61.6%를 차지하며, 과로사를 비롯한 뇌심혈관질환·근골격계질환·정신질환·직업성 암 등 노동자의 업무상 질병과 건강관리는 그 실태도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예산은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가 용이한 대기업보다는 수입구조나 고용형태가 불안정한 사업주나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어려운 조건을 개선하도록 함으로써 안전보건의 건강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데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관리자 선임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및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노동으로 노무를 제공하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이들을 위한 유일한 공공직업건강서비스 제공기관인 근로자건강센터는 고용노동부가 선도적으로 수행해야할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민간위탁 흐름과 고용부담을 회피하는 정책으로 인해, 상시·지속적이거나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들조차도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보다는 경영합리화와 효율성 극대화를 중요시하여 민간위탁으로 운영하였다. 근로자건강센터 또한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면서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았는데,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 10여 년 간 근로자건강센터는 그 의미와 역할이 무색하게 장기적인 정책목표의 부재, 잦은 위탁기관의 교체, 일부 근로자건강센터의 운영 중단, 전문인력의 공급단절 등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근로자건강센터 전문인력들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없는 정책을 강요받고, 현장의 목소리와 의견이 무시된 목표를 할당받는 방식으로 일해왔으며, 이로 인해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지금까지 근로자건강센터 이용자의 불필요한 생체정보 및 상담 기록의 수집, 근로자건강센터 전문인력들의 업무 범위의 지정 및 규제 등을 통해 근로자건강센터 사업의 실제 사용자로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고용책임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위탁기관에 물어오면서 이 사업을 불법파견과 같은 양상으로 운영한 정황이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지역 기관에 근로자건강센터를 위탁 운영을 함으로써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지역 내 자원들을 모아 실효적인 직업건강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되면서 근로자건강센터는 안전보건공단에서 일괄적으로 하달하는 실적을 달성하는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근로자건강센터 노동자의 고용책임은 각 위탁기관에 떠넘기고, 자율적인 사업과 유연한 직업건강서비스 제공의 여지는 박탈한 것이다. 안전보건공단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업무를 위탁기관의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지시, 감독하였음이 인정되었고, 이에 따라 안전보건공단을 실제 사용자로 보는 것이 타당함이 본 판결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근로자건강센터 설립의 법적 근거가 취약하고 근로자건강센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직업건강서비스의 전달, 숙련된 전문가의 양성은 이루어지기 어려웠고, 이러한 한계는 고스란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박탈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이번 판결은 노동자들의 고용과 안전보건을 책임져야 할 고용노동부가 불안정 노동자를 확대하고 양산하는 사회흐름에 동조하지 않도록 제동을 건 중요한 판결이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직접 만든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은 민간위탁이라는 고용구조를 보호해주는 것이지, 사실상 노동자를 보호해 주지 못했음을 확인시켜준 판결이다.

 

불안정한 운영의 가장 큰 피해자는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제대로 된 직업건강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근로자건강센터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이다. 지금의 기회를 발판으로 파편화되고 분절된 위탁기관을 관리하기 위해 소모된 역량들을 노동자 건강을 위한 근로자건강센터의 안정화와 정상화에 쏟기를 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일하는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본 의사회원들도 지난 수많은 시간동안 노동자를 진료하고, 현장을 진단하고, 다양한 노동자 건강연구를 통해서 민간위탁과 중간착취라는 고질적인 고용형태가 개선되는 것이 기본적인 안전과 건강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근로자건강센터의 고용문제 개선과 더불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와 직업건강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건강할 수 있는 권리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번 판결 결과를 수용하여 근로자건강센터의 고용형태, 운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근로자건강센터와 함께 예방, 보상, 재활, 업무복귀에 이르는 직업건강서비스 전달체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